키움 마지막 1차지명, (···) 상대 1⅔이닝 퍼펙트! [고척 현장]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던 이 경기 승부처는 키움이 6-4로 앞선 7회 초 2사 2루였다. 위기는 7회 초 키움 선발 엔마누엘 헤이수스가 선두타자 안치홍을 볼넷으로 보내고 통증을 호소한 데서 시작했다. 헤이수스는 코치진과 상의 후 자진해서 마운드를 내려왔고 신인 김윤하가 구원등판했다. 김윤하는 김태연을 삼진, 최재훈을 3루수 직선타로 돌려세웠다. 기쁨도 잠시 이도윤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고 이진영에게는 우중간 담장 상단을 맞히는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발사각도가 조금만 더 높았다면 스리런이 될 뻔한 아찔한 타구였다.
이에 키움 벤치는 주승우를 마운드에 올려보냈다. 첫 상대는 콘택트 능력에 일발 장타도 갖춘 문현빈. 주승우는 시속 140㎞ 후반의 빠른 공과 낙차 큰 포크로 빠르게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마지막 2구는 연속해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져 힘 대 힘으로 대결했고, 문현빈의 타구가 중앙 담장 앞에서 이주형에게 잡히면서 주승우의 승리로 끝났다.
주승우의 등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8회 초 한화 타순은 페라자-채은성-노시환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였다. 더욱이 페라자와 노시환은 앞선 타석에서 누가 봐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로 대형 아치를 그리면서 각각 홈런 7개, 6개로 해당 부문 1, 2위 자리를 사수했다.
하지만 이미 자신감이 붙은 주승우의 공에는 거침이 없었다. 주승우는 선두타자 페라자에게 연거푸 3개의 볼을 던져 불리한 볼 카운트에 놓였다. 하지만 또 한 번 시속 148㎞의 강한 직구를 바깥쪽 아래에 찔러넣어 2루수 방면 약한 땅볼 타구를 만들었다. 원아웃이었다.
채은성도 끈질기게 따라붙었으나, 중견수 뜬 공으로 힘없이 물러났다. 이날 쓰인 주승우의 슬라이더 3개가 채은성을 상대로만 쓰였다. 두 개의 슬라이더로 2스트라이크 0볼로 만들었고 채은성이 계속해서 걷어내자 몸쪽으로 슬라이더를 던져 빗맞은 타구를 끌어냈다. 투 아웃.
지난해 KBO 홈런왕 노시환과 승부가 압권이었다. 초구부터 커브를 던져 헛스윙을 끌어내더니 직구 2개로 2스트라이크 1볼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했다. 마지막으로 스트라이크 상단으로 과감하게 시속 141km 포크를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경기 전 "어린 투수 중 주승우가 가장 자신감 넘치는 피칭을 하고 있다"고 말한 포수 김재현의 말이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주승우는 4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며 전날(5일) 커리어 첫 홀드에 이어 두 번째 홀드도 쌓았다. 경기 후 홍원기 감독은 "선발 헤이수스가 6이닝 동안 완벽한 피칭을 하면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7회 올라온 주승우가 8회까지 잘 막아준 덕분에 흐름을 지킬 수 있었다. 문성현도 위기는 있었지만 잘 극복하면서 경기 매듭지었다. 문성현의 시즌 첫 세이브를 축하한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주승우는 노시환을 삼진 잡은 공에 대해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아니었으면 스트라이크가 아니었을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히며 "(김)재현이 형이 조금 높게 보고 던지라고 해 주셔서 더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확실히 ABS 도입 후 안 들어오는 공도 잡아주면서 편한 것도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승우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 지난 2년간 내 공을 던지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퍼포먼스 100%를 다 발휘하면서 내 공을 던지는 게 좋다"고 웃었다. 이어 "이승호 코치님과 마정길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대학교 때 내 폼을 다시 찾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고 그걸 믿고 잘 따랐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김)재현이 형도 그냥 나 믿고 따라오라고 한다. 초구와 결정구는 내가 자신 있는 걸 던지되 이어가는 과정은 자신을 믿고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현이 형이 내게 너무나 믿음을 주니까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에는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으로 차츰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구위 자체로는 우리가 이기는 게임에 있어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다"고 필승조로써 활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주승우는 "짧은 이닝에서 폭발적으로 힘을 쏟아내는 게 내가 가진 퍼포먼스를 다 내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선발 투수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아 지금 내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