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팀의 전력과 투수진 상황 등을 감안하더라도 7월 31일 경기 유일한 한 자릿수 득점이 고척돔에서 나왔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도 적지 않다.
날이 갈수록 한국의 5~10월은 점차 동남아 지역의 아열대성 기후를 닮아가고 있다. 봄, 가을이란 계절이 사실상 없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른 시기부터 평균적으로 높은 기온이 나타나고 있다. 훈련 시간까지 더하면 장기간 야외에서 노출되어 있는 야구라는 종목 특성상 한국의 기후 환경 자체가 이제 더는 시즌기에도 경기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올해는 4월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말 주간 경기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KBO리그 각 구단들과 구성원들이 적지 않았다. 거기다 더블헤더까지 치러진 가운데 누적된 선수단의 피로도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계속 가중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한국의 야구장 환경 및 제반 인프라는 야구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수 조차 없이 열악하다. 많은 부분에서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협소하고 열악한 장소에서 길게는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상주하며 심지어 경기까지 치르고 있다.
물론 이런 기후 환경이 7월 31일 졸전에 대한 변명이 되진 않는다. 해당 경기서 야구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30득점을 뽑는 환호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30실점을 하고선 야수가 나와 이닝을 마무리 하는 촌극을 지켜봐야 하기도 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야수가 등판하는 사례가 꽤 많다.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의 복수의 팀들이나 어제의 KIA는 ‘정말 믿고 낼 투수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부족한 선수층에 철저한 마운드 분업화는 꿈도 못 꾼다.
보직 파괴는 물론, 파괴된 역할군에서도 경기를 파괴하는 투수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앞서 말한 그 강행군의 여파와 부족한 인프라 및 환경 등의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그 민낯은 부끄러운 측면이 있다. ABS(자동볼판정시스템) 도입 이후 극단적인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좋은 투수가 많지 않다’는 해묵은 KBO리그의 고민과 닿아 있다.
일부 야구팬들은 대량실점 경기가 나오면 투수 교체 등을 선택한 감독 및 코칭스태프를 비난하기도 한다. 한 시즌 페넌트레이스를 넘어 수년간 응원한 선수들에겐 깊은 유대감이 쌓여 차마 화살을 돌리기도 어렵기 때문에 손쉽게 내리는 선택들이다. 그런데 정말 문제가 전략적인 선택을 내린 장수에게만 있는 것일까. 싸움을 하는 병사들에게도 상당히 많은 책임이 있는 건 아닐까. 현실은 회피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7월 31일 109득점이란 역사적인 순간을 109실점으로 많은 이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건 초라한 한국야구의 냉정한 현주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