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side The Park] 김형준 KBO 공식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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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시즌 5월부터 KBO리그에 기록 이의 신청 제도가 도입됐어요. 도입 배경이 어떻게 되나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는 이의 신청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고, 류현진 선수도 기록이 정정된 사례가 있어요.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판정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시간을 되돌리는 한이 있더라도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바로잡자는 게 세계적인 흐름 같아요. 국내에서도 선수들과 KBO 사이에 그런 공감대가 형성돼서 도입된 거죠.
제도가 도입된 후 선수들의 불평은 줄어들었나요?
불평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워요. 제가 내린 판정으로 누군가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근데 마음에 들지 않는 판정 때문에 다음 플레이에 지장이 가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어요. 이의 신청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한 번 확정된 기록은 절대 정정될 수 없었잖아요. 그래서 선수들이 순간 격한 감정 표현을 하게 되면서 결국엔 본인 플레이에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추후 번복할 기회가 있다면, 억울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그 순간에는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본인 플레이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경기력이 나오고 관중들에게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겠죠. 서로서로 좋은 시너지가 날 거로 생각합니다.
이의 신청이 들어오면 어떤 방식으로 재심하나요?
세 명의 판정관이 있어요. 기록위원장, 기록팀장과 당일 현장에 있었던 경기 감독관이 모여서 재심의를 합니다. 비디오 판독센터는 중계 화면에 나오지 않은 장면까지 가지고 있어서 영상을 더욱 면밀하게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만약 기록이 정정된다면 기존 기록지에는 어떻게 반영되나요?
수기 기록지를 사용한다면 화이트 칠을 해서 수정합니다. 작년 6월 25일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로 예를 들어 볼게요. 4회 말에 나온 3루수 송구 실책이 만약 내야 안타로 기록됐다면 여기에서 파생되는 기록들이 생기겠죠. 일단 비자책이 전부 자책으로 연결되면서 (제임스) 네일의 자책점은 9실점 ‘4자책’에서 9실점 ‘9자책’이 됐을 겁니다. 하나의 기록에 맞물리는 여러 가지 기록들이 모두 변경되는 거죠.
비디오판독으로 판정이 번복된 경우엔 기록지를 어떻게 수정하나요?
기록원들도 경기를 보고 있으면 보통 예감해요. ‘이 상황이면 비디오판독이 나올 수 있겠구나’ 하고요. 그래서 애매한 장면이 나오면 기다렸다가 아예 최종 판독결과를 보고 적고 있어요. 미리 썼다가 수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책과 안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규칙에서는 ‘보통의 수비’를 기준으로 삼아요. 수비수가 보통의 수비 행위로 타구를 처리할 수 있었는데 놓치면 실책, 반대로 보통의 수비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타구였다고 판단하면 안타로 기록합니다. ‘보통의 수비’라는 기준을 정립하는 게 애매해서 항상 프로리그의 수준을 생각해요. 프로선수라면 충분히 잡아줘야 하는 타구인데 그걸 놓치면 에러를 주는 거죠.
불규칙 바운드처럼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은 어떻게 판단하나요?
불규칙 바운드는 기본적으로 잡기 어려운 타구라고 가정하지만, 무조건 다 안타로 인정해 줄 수는 없습니다. 같은 불규칙 바운드라도 어느 정도 대처할 시간이 있을 수 있단 말이에요. 근데도 공을 놓치거나 악송구가 나오면 실책입니다. (선수마다 수비 실력이 다른 부분도 반영되나요?) 그건 절대 고려하지 않습니다. 공식 기록이기 때문에 특정 선수에 대한 수비기대치를 반영할 수 없어요. 앞서 말했듯이 일반적인 프로리그의 평균수준만을 기준으로 삼아서 판정하고 있어요.
함께 2인 1조를 이룬 팀원과 판정이 다르면 최종 결정은 어떻게 내리나요?
종종 있는 일인데요. 서로의 의견이 다르면 해당 장면의 영상을 다시 봐요. 대부분은 한쪽에서 “어? 이 부분은 내가 처음에 본 느낌이랑 달라서 네 의견으로 가도 될 것 같아” 하는 식으로 조율이 되는 거죠. 하지만 영상을 봤는데도 의견이 다르면 결국 누군가 결정을 해야 하는데, 보통은 경험이 더 풍부하고 신뢰도가 높은 선임자 쪽이 선택합니다. (실제로 서로의 의견이 자주 충돌하나요?) 그렇진 않아요. 애매한 타구 10개 중 8~9개는 비슷하고 나머지 1~2개 정도만 다르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여러 대기록을 마주했을 텐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화려한 기록들을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강민호 선수의 최다 출장 경기라든지 최태원 감독(현 경희대학교)의 연속 출장 경기 같은 기록에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하루하루 경기를 치르면서 작은 기록들이 쌓여가고 그게 모여 대기록이 완성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화려한 기록보다 꾸준하게 이어져 온 기록들이 더 의미 있다고 봐요.
은퇴 선수를 포함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을까요?
선수들이 기록실에 찾아와 항의하면 기록원으로선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웃음) 누구라고는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제게 와서 항의하고 판정이유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던 그 선수들이 계속 생각나요. 실제로 그들과 인연이 제일 깊기도 하고요.
블론 세이브로 경기를 연장하는 투수들이 미울 때는 없나요?
밉다기보다는 블론 세이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는 건 모든 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위기 상황에 올라와서 잘 막는 게 당연하고 못 막으면 역적이 되는 모습이 안쓰럽더라고요. 모든 책임을 혼자 지는 걸 현장에서 보면 마음이 아파요.
야구계 종사자로서 야구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의외성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라 더욱 매력을 느껴요. 스스로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살아가는 분들이 더 많잖아요. 그런 분들한테 희망이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스포츠라서 대중들도 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 몇 없는 직업의 종사자서 자부심이 상당할 거 같아요.
한 선배의 말을 빌려볼게요. 출장차 미국에 갔었는데 MLB 공식기록원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대요. 서로의 존재를 알고 난 뒤 무척 반가워했다는 거예요.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희귀한 직업이라는 데서 동질감을 느꼈던 거죠. 또 우리 아들 얘기를 하자면, TV를 보다 잠실야구장 포수 뒤에서 일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이런 부분들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같은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기록원을 꿈꾸는 사람들 대부분은 야구를 좋아해서 이 일에 관심을 가져요. 높은 확률로 10개 구단 중 한 팀을 응원했을 거고요. 하지만 이 일을 하려면 응원팀을 향한 사심은 없어야 해요. KBO에 들어온 후부터는 무탈하게 판정 잘하고 기록 미수 없이 본인의 임무를 완성하는 게 최우선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