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선규] “성적 지상주의와 反기업 정서 떨치면 야구로 돈 벌 수 있어”
https://www.m-joong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01154
(전략)
KBO 구단들의 흑자 경영을 거론하기에 앞서, 대부분의 프로야구단이 가진 ‘한국적’ 특성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은 모기업(그룹)을 두고 있다. 이들 구단은 모기업으로부터 광고비나 지원금 형태로 유형적(경제적)지원을 받는다.
예전 SK 와이번스의 경우, 모기업이 SK텔레콤으로 일원화돼 있어서 지원금을 받았다. 지금의 SSG랜더스는 다수의 신세계그룹 계열사로부터 광고비 형태로 지원을 받는다. 구단은 매년 운영 예산을 책정하면서 구단이 자체적으로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는 수입을 초과하는 비용 부분을 메우기 위해 모기업과 광고비나 지원금 규모를 협의한다.
이와 같은 운영 예산과 별도로 특별 예산이 편성되는 경우가 있다. 고액 FA 선수와 계약할 때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두 가지의 경우가 그렇다.
KBO리그는 우승하면 ‘승자의 저주’와 같이 모기업이나 구단의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KBO리그는 포스트시즌 배당금 전액을 선수단에 보너스로 지급하는 관례가 있다. 그러다 보니 포스트시즌 경기를 거듭할수록 구단은 수입은 들어오지 않고 비용만 쌓여가는 구조이다. 2024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는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이 26억3157만원의 보너스를 추가로 선수단에 지급했다.
야구단이 모기업에 일정 부분의 무형적 가치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모기업의 이름을 구단 이름으로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파생 가치가 작지 않고, 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애사심을 고취하는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가치를 재무적(유형적)으로 산정하기란 어렵다.
게다가 모기업은 구단에 제공하는 광고비나 지원금 전액을 적자로 판단한다. 모기업에서 야구단에시행하는 광고 금액은 실제 광고 가치보다 더 높게 산정되기도 하고, 원치 않는 광고를 하는 수도 있다.
다만 야구단 광고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경영 구조에서 벗어나 있는 구단이 키움 히어로즈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없기 때문에 각종 스폰서십을 통해 구단을 경영한다. 이 가운데 네이밍 스폰서십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키움증권과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최대 695억원(인센티브 145억원) 계약을 체결해 연간 110억~139억원을 받는다.
프로야구단 이름(네이밍)의 시장 평가는 키움 히어로즈가 유일하기에 다른 9개 구단도 이 정도 수준의 네이밍 스폰서십 효과를 모기업에 제공한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구단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100억원 초반 전후의 네이밍 스폰서 효과를 구단이모기업에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키움 히어로즈처럼 네이밍 스폰서의 가치를 재무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해도 KBO 구단들의 흑자 경영까지는 쉽지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KBO 구단들은 수익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비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수지가 개선되려면 수익은 더 늘어나야 하고 비용은 줄어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여의치 않다.
증가하는 구단 비용의 상당 부분은 선수단 인건비(연봉)에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매년 3월을 전후해서 소속 선수 연봉을 발표한다. 2025년 KBO리그 소속 선수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3.7% 오른 1억6071만원이다. 2024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3%인 점을 고려하면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질소득 증가분은 1.4%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KBO의 소속 선수 연봉 산정에는 FA 계약금이 빠져 있다. KBO리그는 FA 계약금의 비중이 메이저리그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25년 FA의 경우, 19명의 선수가 총액 599억1000만원에 계약했는데, 이 가운데 계약금이 무려 182억5000만원이었다. 총액 대비 계약금 비중이 30%에 달한다.
-
KBO리그는 야구장 명명권(네이밍 라이트)의 경제적 가치도 저평가돼 있다. 프로스포츠 선진국에서는 구장 명명권이 거액으로 거래되다 보니 구단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의 경기장 명명권이 상업적으로 활성화돼 있지 못하다.
최근 사례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는 올해 3월 6일 개장을 앞두고 구장 이름에 지역명(대전) 추가 여부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원래 야구장 이름이 ‘한화생명 볼파크’였는데 대전 지역 언론이나 지역사회에서 ‘대전’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결국 협찬사인 한화생명에서 지역 여론을 의식해 ‘대전’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스포츠 선진국인 미국·유럽·일본의 경기장 이름을 보면 상업성이 절대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름을 가진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장 ‘소파이 스타디움(SoFi Stadium)’은 학자금·대출금 재융자 기업인 ‘소파이(SoFi)’를 내걸었고,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비싼 이름의 야구장인 ‘시티필드(Citi Field)’는 투자 금융 회사인 ‘시티 그룹(Citi Group)’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 경기장 이름에는 지역명도 없고 구단명도 없다. 거액을 투자한 스폰서나 브랜드의 이름만 보일 뿐이다.
-
이상으로 KBO리그의 특수성을 통해 흑자 경영이 쉽지 않은 실재적 이유를 열거해 봤다. 사실 키움 히어로즈처럼 네이밍 스폰서의 가치를 재무적으로 인정받고 모기업과 지자체가 야구단을 도와준다면, 지금과 같은 호황기에 야구단의 경영 구조가 손익분기점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FA 고액화 기조가 지속되는 한 흑자 경영은 요원하다. 대부분의 구단은 모기업으로부터 경영성과를 평가받을 때 선수단 성적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러다 보니 단기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FA 선수 영입이 필수적이고 시장이 과열되다 보니몸값 급등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국내 프로스포츠는 구단들의 흑자 경영이 무척 어렵다. 그나마 프로야구가 호황인 덕분에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KBO 구단들이 흑자 경영을 이룬다면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