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다니고 있는 후기
나는 거의 평생을 학교에서도 알바에서도 직장에서도 소위 말하는 모범생 스타일이었어
크게 사고 안치고 일이나 공부 빠릿빠릿하게 잘해서 선생님이나 상사들이나 다 예뻐하는 타입
(이 얘기를 굳이 왜 썼냐면.. 번아웃이 그냥 어느날 갑자기 찾아왔고 그래서 나는 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거든 그냥 내가 실수한거에 대해서 하시는 잠깐의 지적에 휘청이는거고 내 멘탈이 나약한거라고 생각했었어)
근데 올해 5년차가 되면서 갑자기 번아웃이 왔는데 증상은 이랬어
1. 부정적인 감정
친한 팀원이 "아 퇴근하고 싶다"라고만 말해도
누군 안힘들어서 그런 말 안하는줄 아나? 본인만 힘들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거야
나도 알아 이게 억지고 말도 안된다는걸
근데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모든 말에 대해 시비조로 생각하게 되고 그걸 말로 뱉으면 안되는걸 아니까 업무상 필요한 말이 아니면 말을 안하게 되고 그렇게 더 땅굴을 파게 됐어
2, 업무능력 저하
집중을 하나도 못하고 반나절이면 끝날 일도 하나도 하지 못하니까 늦게까지 야근하고 새벽에 퇴근하고 피곤하고 피곤해서 일을 못하고... 의 싸이클이 돌더라
그거 외에도 집중력도 떨어지고 평소에는 안놓치던 것도 놓치고 잔실수도 많아졌어
3. 무기력함
그냥 회사에 있는 시간 아니면 말도 안하고 누워있기만 했어
4. 연락이 무서워짐
핸드폰으로 오는 모든 연락이 무서워지고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면 심장이 뛰어서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아야 할 정도였고, 메일 팝업만 봐도 심장이 덜컥 떨어질 정도였어.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병원을 가야 할 상태라고는 생각 못했고,
일주일정도 휴가를 내서 푹 쉬고 다시 복귀를 했거든
그래도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상태가 더 심각해졌어ㅋㅋㅋㅎ....
저기에 더해서
1. 식욕 감퇴
살이 눈에 띄게 빠졌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그냥 입맛이 뚝 떨어졌어
2. 극단적인 충동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다 죽이고싶다 이게 아니라 그냥 내가 죽을까? 그래 그냥 내가 죽어야겠다 그래야 끝이 나겠다 이렇게 생각이 들더라고
3. 감정 과잉
눈물을 주체를 못해서 그냥 누가 지나가다 툭 치기만 해도 울었어
회사에서 그러면 안되는걸 아는데도 상사랑 면담하다가 울고 식사시간에 자리에서 밥먹다가 울고 일하다가 울고 그럴 정도였어
팀원들이랑 친한 편인데 팀원들이 이러다가 진짜 큰일나겠다고 정신과를 알아봐줘서 갔고, 난 이때도 내가 정신과를 갈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
막상 가니까 좀 떨리고 무서웠는데 상담은 친절해서 그냥 내 생각을 다 얘기하게 되더라구
나는 그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팀원들이 가라고 해서 왔다고 얘기하고 이것저것 검사했는데 상당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어
처음에는 항우울증 약만 먹다가 큰 변화가 없어서 신경안정제까지 처방받아서 먹은지 한달 정도 됐는데 훨씬 나아졌어
회사에서도 업무를 조정해줘서 이제 위 같은 증상은 많이 없어졌는데, 약은 6개월 이상은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회사는 언제까지나 업무가 조정된 상태로 다닐 수는 없어서 퇴사를 결정한 상태고, 퇴사하면 좀 나를 위한 시간을 길게 가져볼까 해ㅋㅋㅋㅋ
난 내가 살면서 정신과를 가게될 줄 몰랐는데 누군들 알았을까
근데 생각보다 별거 아니니까 혹시 고민이 된다면 꼭 가봤으면 좋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