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참여] 동닷마을 이사를 앞두고 일어난 일
이사를 앞둔 둥이의 배터리가 사라졌다. 둥이의 배터리는 우승을 불러온다는 전설과 함께 마을의 귀한 보물로 여겨지고 있었다. 모두가 탐내지만, 주민들 모두 둥이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배터리를 건드릴 사람은 없다고 확신했다. 더없이 평화로운 동닷마을이었기 때문에 둥이도 친구들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내가 잘못 뒀겠지, 어딘가에 떨어졌겠지. 하지만 온 집안을 샅샅이 뒤져봐도 않는 배터리의 행방 때문에 둥이는 점점 혼란에 빠졌다. 어렵게 구한 새집으로 이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대로 내 배터리는 사라진 걸까? 찾지 못하면 어쩌지…. 혼란스러운 마음이 불안과 의심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내 배터리 가져간 사람 있어? 며칠째 안 보이네. ]
단톡방의 1이 하나씩 사라지고 친구들은 저마다 걱정하며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물었다. 매기는 저녁에 직접 와서 찾아보겠다며 뚜리에게 시간이 괜찮으면 같이 가자고 말했다. 뚜리 역시 좋다고 답했다.
‘혹시 매기가 집에 와서 몰래 다시 놓아두고 가려는 건 아닐까.
뚜리를 방패 삼아.’
사댜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곧 찾을 수 있을 거라며 다른 화제로 전환했다.
‘왜 갑자기 말을 돌리는 거야…. 이상해.’
엊그제 집에 놀러 갔을 때 분명히 본 것 같은데, 그게 갑자기 왜 없어졌지? 키티가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둥이는 심장이 떨어질 것 같았다.
‘배터리는 침대 아래 서랍에 넣어놨는데, 어떻게…. 아니 왜 열어본 거지?’
우승 기운을 가장 원했을 친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키티다. 둥이는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는 기분을 느끼며 핸드폰을 내려놓고 심호흡했다. 맥박수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어떡하지. 배터리를 찾으러 우선 가봐야 하나. 그때, 드르륵.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됴디의 전화였다.
- 찾아보고 없으면 다시 사면 되지 뭐.
맛있는 거 먹고 기분 풀어!
건성으로 고맙다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왜 전화를 한 거지? 톡으로 대답했어도 될 텐데. 맛있는 거 먹고 기분이 풀릴 정도로 배터리가 가벼운 의미의 물건은 아니라는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둥이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둘이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도 걱정도 의심도 두 배라니. 끔찍한 일이었다.
그 때, 다시 톡이 울렸다.
[아 뭐야 잘 찾아봐ㅡㅡ]
도미였다. 평소 다정하고 착한 도미와는 달리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갑자기 짜증을 낸다고? 왜? 혹 찔리는 게 있는 건가.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게 이런 뜻?
이쯤 되면 모두가 의심된다. 아직 답이 없는 셋. 이제 남은 건….
그때였다.
쾅…!
누가 문을 부수듯이 두드린 것은.
“누.. 누구세요?”
둥이는 서로 껴안으며 개미소리만큼 작은 음성으로 물었다.
“둥이야. 우리야 우리. 문 열어봐.”
호떡이를 안고 있는 으쓱이와 랑이였다. 둥이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문을 열었다.
“어쩐 일이야..?”
“배터리 없어졌다며. 중요한 물건인데, 찾아봐야 할 것 같아서 달려왔어.”
“...고마워.”
“우리가 한 번 찾아볼게.”
둥이는 어쩐지 미심쩍었다. 집안을 내내 뒤져도 나오지 않던 배터리가 지금 찾는다고 의미가 있을까. 으쓱이와 랑이가 집을 뒤져보는 동안 맥이 풀린 둥이는 소파에 앉아 손톱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키티 같아. 매기도 수상하고 됴디도…. 아니 사실 다 이상해.
아무리 착하고 다정한 친구들이라고 해도, 우승의 기운이 탐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다 필요 없어. 페어플레이고 나발이고, 우승이라면 친구를 배신할 수 있다는 거.
하…. 그동안 내가 순진했네.’
둥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구도 믿어선 안 될 것 같았다. 평생 마음의 짐을 가지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둥이는 한숨을 내쉬며 열심히 배터리를 찾고 있는 으쓱이와 랑이에게 다가가려는데 호떡이가 해맑게 외쳤다.
“숨숨집 놀이 시작!!!”
몸집이 작은 호떡이가 장롱이나 수납함에 꽁꽁 숨는 바람에 으쓱이와 랑이가 애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제발, 지금 상황에서 그건 참아줘. 하지만 둥이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줄 리가 없는 호떡이는 신나하며 산더미처럼 쌓인 이삿짐 박스 위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호떡이 반짝반짝 구경할래요?”
반짝반짝…?
불현듯 둥이의 머릿속에 기억이 스쳤다. 으쓱이와 랑이의 출장으로 잠시 호떡이를 봐주던 사이에 반짝반짝이라고 외치며 이삿짐 사이를 오르고 놀던 그 때가. 테이핑해둔 이삿짐 박스를 뜯어 그 안에 들어갔던 호떡이의 말썽이.
그때 손에 분명 뭔가 들려 있었는데….
“아...!”
맞다. 호떡이가 기어올라 쏙 들어간 이삿짐 박스.
...열자마자 배터리가 들어있었다. 배터리를 쥐고 해맑게 웃는 호떡이를 보며 둥이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종일 자신을 괴롭히던 의심과 분노와 불안과 절망이 허망해지는 순간이다.
미안. 정말 미안해….
둥이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들을 의심한 스스로가 참을 수 없이 초라하고 미워 눈물을 글썽였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생긴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