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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닮들을 위한 지침서 - 1. 살아남기

2024 07-01 17:21
조회 333댓글 5

^ᶘ=〃⌒▽⌒〃=ᶅ^ゝ 안뇽 닮들아

우선 내 소개를 해보자면 15년간 정신과를 다닌 장기 환자이자 아마 거의 평생 정신과를 다녀야 충분한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을, 그렇지만 짬이 쌓이고 쌓여 어느 정도 스스로의 정신적 특성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게 돼서 얼레벌레 잘 살아가고 있는 닮이야.

이건 내 정신질환 투병기이자 어딘가에서 정신질환과 싸우고 있을 닮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가 쌓아온 노하우야.

우선 난 ADHD와 2형 양극성장애(=조울증), 불안장애를 진단받은 바 있어. 지금은 불안장애는 악화될 만한 계기가 없다면 거의 없는 것처럼 지내고 있고, ADHD와 조울증은 그냥 평생 관리하는 게 내 팔자다 생각하고 약을 먹고 있어. 냅둬도 죽진 않는데 삶의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만성 질환 하나 달고 산다고 생각하면 크게 뭐 억울할 것도 없고 ꉂꉂ^ᶘ=ᵔᗜᵔ*=ᶅ^ꉂꉂ^ᶘ=ᵔᗜᵔ*=ᶅ^

사실 난 정말로 장기적으로 병원을 다녔던 환자라 영원히 나는 이 불행 속에 살아야 하는가? 하던 시절도 있었어. 그러다가 몇 번의 계기를 거쳐 지금은 아직 사회에 나가긴 어렵지만 일상은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지낼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회복했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 주고 싶은 말은, '정신질환이 있어도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해답은 언젠가 나온다' 라는 거.

지금의 나는 과거의 매일같이 괴로워하던 시절이 무색하게 울퉁불퉁 못난이에 여기저기 다치고 흉이 진 나라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행복해졌거든.

그럼 지금부터 지침서 시작합니다!

***

1) 살아남아라, 정병러! - 기본 생활을 유지하자

이번 편의 제목이 '살아남기'이지만 사실 난 개개인이 어떻게 괴로움을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일반론적인 답은 줄 수 없어. 사실 날 버티게 한 건 일반적으로 흔히 알려진 위로의 말보다는 조금 허무주의적인 가치관이기도 했고. (살짝 알려주자면... '개개인에게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는 원래 없다. 그걸 만드는 건 살아가는 이들 개개인의 몫이다... 라는 느낌?)

다만 오랜 기간의 정병 라이프에서 깨달은 바... 가장 기초적인 의식주 등의 퀄리티가 유지되면 정병이 어느 정도 가벼워진다는 거? 사실 어쩌면 굉장히 상식적인 게, 몸에 병이 생긴 환자를 간병할 때에도 쾌적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하고 영양을 잘 공급해 줘야 하잖아. 뇌에 생긴 병이라고 뭐 다를 게 있겠어?

지금부터 할 얘기는 정병에 잡아먹힌 상태에서는 망가지기 쉬운, 그렇지만 잘 관리만 해 준다면 정병 셀프 케어의 첫 발을 제대로 떼었다고 할 수 있는 일들 – 식사, 수면, 개인위생 – 에 대한 것들이야.

(1) 잘 먹기

동거가족이 있다면 이 문제는 '집밥'이라는 비교적 잘 알려진 답이 있지만, 여기선 집밥을 해줄 사람이 없는(혼자 살거나 동거인이 바쁜 경우) 경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정신질환이 깊어지는 것의 지표 중 하나가 배달음식에 의존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달음식을 무조건 끊어야 한다! 집밥을 해먹자!' 라고 처음부터 높은 목표를 설정하다간 오히려 반동으로 정병이 악화될 수 있어 ^ᶘ=-̥̥᷄ _ -̥̥᷅ =ᶅ^

그래서 난 '배달음식이라도 좀 더 건강하게 먹기'를 추천해. 배달음식 특성상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많은 경우가 많지만, 여기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대신 '단백질과 채소 챙기기' 정도의 가벼운 목표를 잡았으면 좋겠어. 이 정도는 햄버거 단품(패티에 단백질, 양상추나 토마토 같은 채소가 들어감) 정도로도 충분히 해결이 될 만큼 쉬우니까. 모든 걸 대체하려 하진 말고 하루에 한 끼 정도라도 단백질과 채소 챙기기 정도의 아주 가벼운 목표라도 '살아남기'의 측면에서는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해.

끼니를 제때제때 먹는 것도 중요한데, 사실 살아남기 단계에서는 끼니란 개념 자체가 망가져 있고 그냥 허기지면 먹고 입 당기면 먹고 하다 보니 끊임없이 먹거나 혹은 아예 안 먹거나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많이 발생할 거야. 이걸 단박에 바른 시간대로 고치고 간식을 끊는 것도 반동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주니까,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적어도 두 끼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시간도 맞추면 좋지만 너무 어긋나는 수준만 아니면 일단 '끼니'라는 개념을 살리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간식은... 무리해서 끊을 필요는 없되 끼니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사실 이게 컨트롤이 잘 안 되는 것도 자신의 증상의 지표일 수도 있으니까 생각만큼 잘 컨트롤이 안 되면 일단 '이게 어렵다'는 메모만 해 두고 넘어가자.

(2) 잘 자기

기본적으로 '해 뜬 시간에 활동하고 해 지고 나서는 활동을 줄이기'를 목표로. 새벽에 컨디션이 베스트가 된다면 무리하게 아침형 인간이 될 필요는 없고 저녁까지만 당겨와도 충분히 성공적인 목표 달성이라고 봐.

사실 뒤집힌 밤낮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은데...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잠들지 못하더라도 그냥 눈 감고 누워있다가 정해진 시간에 알람이 울리면 그 때 일어나서 낮잠은 최대한 피한다, 가 모범 답안이긴 하지만 이건 나도 잘 실천을 못 하는 지점이야 ^ᶘ=•́Ⱉ•̀;ก=ᶅ^💦 그래도 적어도 밤~이른 새벽에 잠들어서 아침~오전에 눈뜨는 식으로 낮잠 없이 통잠을 잘 수 있다면 이것도 성공이라고 생각해. 어디까지나 이 단계는 '살아남기'이고 목표치가 너무 높아서는 안 되니까.

그리고 수면 패턴만큼이나 중요한 지표가 수면 시간인데, 불면은 위에서 말했듯 적어도 눈 감고 누워서 다른 거 안 보고 안 듣고 몸의 휴식을 취해 주는 것으로라도 벌충해 보고, 과수면은 낮잠 두 번 잘 거 한 번 자는 식으로 밤에 통잠 자는 수면패턴에만 지장을 주지 않게끔 컨트롤하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으면 좋겠어. 다 아파서 그러는 거잖아.

(3) 뽀송하게 있기

정병에 잡아먹히면 개인위생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나는 정신건강이 회복되면서 매일 몸이 찝찝하고 끈적해진다는 감각이 살아났고, 그 전에는 정말 기계적으로 씻었을 뿐더러 몸이 안 움직여지면 아예 거르기도 했고 말이야.

감각이 마비된 상태에서 스스로 씻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샤워시간 알람'. 매일 특정 시간을 정해서 샤워하라고 알람이 울리게 설정해두고, 알람이 울리면 가능한 한 샤워하러 가는 것. 도저히 몸이 안 움직여져서 실패해도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다음엔 잘해보자거나 좀 몸이 움직여질 만 하면 나중에라도 씻으러 가려고 노력하는 식으로 기계적으로라도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해.

개인위생에서 씻기만큼 중요한 게 옷 갈아입기인데, '살아남기' 단계가 필요할 정도라면 대체로 실내복으로 널부러져 있는 경우가 많을 테니까(ㅜ) 좋아하는 실내복을 여러 벌 사 두고 차라리 좀 과하다시피 매일매일 갈아입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

사실 이 정도로 심한 정신질환의 경우 대체로 침상생활을 할 경우가 많으니까 침구 관리도 중요한데, 베개 커버 갈아주고 이불이나 침대패드는 자주 세탁하기 어려우니까 페브리즈라도 한번씩 뿌려 주자.

(4) 깔끔하게 있기

개인위생하고는 다른 측면의 방 정리정돈 문제인데, 사실 이건 정병에 잡아먹힌 상황이라면 스스로 하기 정말 힘들어. 동거인이 기꺼이 청소와 정리정돈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으니 아예 청소 및 정리정돈 업체를 한 번씩 부르는 예산을 정기 지출로 두자.

스스로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려고 한다면 너무 잘 하려 할 필요는 사실 없어. 적어도 보기에 이 환경이 쾌적해 보이면 되는 거니까, 평소에 침대나 바닥에 물건은 굴러다녀도 괜찮지만 쓰레기는 안 된다- 정도의 기준선을 세우고 정리정돈 힘들 때 그냥 대충 넣어서 안 보이게 만드는 잡동사니 상자를 마련해 두는 것도 나름의 요령.

(5) 나가서 햇볕 쬐기

잘 자는 것과도 연관이 있지만, 햇볕을 충분히 쬐어주는 것 자체가 정신건강에 정말 좋아. 다만 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여력이 된다 싶으면 밖에 나가서 10분만 멍때리다 들어오거나 혹은 그냥 편의점에서 맛난 거 사오는 정도로도 괜찮으니까 해 떠 있는 시간에 외출을 하려는 시도를 해 보기.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건 나중에 살아남기 단계를 넘어 보다 잘 살기 단계로 넘어갔을 때 운동으로 보다 쉽게 이어갈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정말 기본적인 생활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이런 걸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닮들도 많겠지만, 정신질환은 명백한 병이기 때문에 삶의 전반적인 기능이 떨어지고 망가지는 건 개인이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병의 증상으로 보는 게 맞아.

'살아남기' 단계는 정말 간단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이고, 사실 이 단계의 지침이 필요한 닮들이 아주 많지는 않을 것 같지만 누구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럼 다음엔 '도움 받기'(의사나 상담사 찾아가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의 대처) 편으로 찾아올게! ^ᶘ=ू˃Ⱉ˂ू=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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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1닮
    2024 07-01 17:31

    잘 읽었어 랑아 나는 ADHD랑 불안장애가 있어서 요즘 치료받는 중인데 중간에 청소 업체 부르라는 거 완전 공감!!

    난 2주에 한 번 부르다가 그냥 1주일에 한 번 부르고 있어

    집이 깨끗해야 좋더라구

  • 2닮
    2024 07-01 17:54

    잘 읽었어 랑이야 글 고마워

  • 3닮
    2024 07-01 18:42

    랑이야 잘 읽었어 청결 진짜 중요하더라 나도 그래서 청소기 꾸준히 돌리고 빨래 꾸준히 하는걸로 활력 찾았어

  • 4닮
    2024 07-01 19:00

    그래서 내가 새벽에자고 늦게일어나면 점점 우울해졌구나.. 랑이가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 진짜 대단한 것 같아 사실 자기자신을 통제하는게 제일 힘든 일이잖아. 나는 맨날 자기통제 실패하고 실패해서 더 자괴감들더라구.. 랑이는 제일 힘든 일도 해내고 있으니까 뭐든 잘해낼거야🍀 우리 같이 화이팅하자

  • 5닮
    2024 07-01 21:16

    횽제님 정말 고마워 1번부터 5번까지 다 나한테 필요한거고 또 하나씩 하다보면 어쩐지 할 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잘 살아남아볼게 (っ˶ᵔ Θᵔ˶)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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