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 복용한지 1년이 된 후기 (긴 글)
현재 30세인 나.
나는 소아 ADHD의 전형 그 자체였어. 수업시간에 집중 못하고 책 읽고, 딴짓하고, 휴대폰 중독에 인터넷 중독이라 집에서도 나 컴퓨터 못하게하려고 갖은 수를 다 쓰고. 초딩때 정신과에 진료를 받으러 가보긴 했는데 약을 먹진 않았던 것 같아. 그 때는 정신과에 다니는 아동=이상한 아동이라는 편견이 더 심했거든.
유년기 내내 왕따였고 때론 맞기도 많이 맞았고 앞머리도 강제로 잘려봤고 돈도 뜯기고 선생조차 내 편이 아니었어. 꾀죄죄하고 사회성없고 잘하는 건 그나마 공부뿐인데 그것도 특출나게 잘하진 않았으니까. 먼 곳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고나서야 인터넷 친구가 아닌 현실 친구가 생겼음.
다행이 스마트폰이 생기기 직전에 대학 입시를 치르고(고등학교때도 야자째고 피씨방가고 책읽고 그랬음 이때 책에 과몰입한게 지금까지의 나를 만든 것 같아) 학고도 여러번 맞고 알바도 거의 짤리고 뭐 등등 아주 방황하는 20대 초중반을 보내다가 하나 가진 그나마 나쁘지 않았던 머리로 시험 준비해서 안정적인 지금 회사에 입사를 했어(2021년) 이 회사는 공공기관이라 내가 사회성이 없어도 그 이유만으로 짜를 수 없었기때문에 선택한 거임(그리고 다녀본 바 나보다 더 폐급도 많더라...ㅎ)
원래도 항우울제는 먹고 있었어. 가족력으로 엄마가 우울증이랑 조현병을 앓고있는데 자매들이 약간씩 불안기질이 높은 걸 봐선 유전일수도..? 그런데 기존 병원은 향정신성이라고 콘서타는 처방 안해줬음. 그래서 우울증 약만 먹다가 정말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병원을 바꾸게 됨.
들어간 회사에서도 일 안하고 딴짓하고 휴대폰보고 이러니까 말들이 많이 나왔고 그게 부장님 면담까지 이어지니까 너무 힘들었어. 난 병원에 다니기 전부터 보험을 들어놨고, 엄마의 사례로 가족들이 정신질환에는 약이 최고다! 약 안먹으면 안된다! 라는 인식이 다 박혀있었기때문에 ADHD 검사를 받고 약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던 것 같아. 부장님 면담한 날 울면서 동네 근처의 ADHD약 처방해주는, 주말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았음.
난 풀배터리는 아니고 뇌파검사 받았고 ADHD+우울증 약 받았고 콘서타 18+데팍신(항우울제)->콘서타 27+데팍신을 거쳐 10개월 이상 메디키넷 20mg+데팍신을 먹고 있고 약을 바꿀 생각은 없어. (콘서타 27 먹었을때 심장떨림이 너무 심해서 약 바로 바꿈. 콘서타는 처음 먹은 3일정도만 효과가 있음) 약은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먹으려고 하고 처음엔 2주분 받다가 지금은 1달분 받고 있음. 약제비는 3만 5천원정도. 뇌파 검사비는 한 7만원 했던 것 같아.
사실 정신과 약이 안 먹으면 역체감은 크지만 먹어서는 체감이 크진 않고 ADHD는 약물과 인지치료의 병행이 동반되어야 효과가 크긴 해. 그래도 많이 좋아지긴 함. 일을 한번에 여러개 처리하려다가 꼬여버려서 놓게되는 것도 많이 줄었고, 좀 더 사람이 차분해졌달까? 예전에도 일을 빨리 처리하려고 하다가 실수하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 빨리 처리하는 과정 중 검토하는 과정을 넣을 수 있는 정도? 그리고 예전에는 일을 하면서 딴짓을 했다면 지금은 일을 일단 하고 딴짓을 함ㅋㅋㅋㅋ 그리고 나서 회사에서의 평판도 많이 괜찮아졌어.
참고로 나는 ADHD긴 하지만 내 증상은 산만함, 집중력 부족에 치중되어있어. 즉흥적이기도 하고 말도 아무 말이나 하는 편이야. 성격이 급해서 약을 먹기 전에도 지각은 해본 적 거의 없고 일도 미루면 미룰거같아서 빨리빨리 해치우는 편이라 다른 ADHD 환자와는 다를 수도 있어. 나도 이런 내 기질이 다 사라진 건 아니야. 나도 일 없으면 딴짓 존나 해 대신에 일이 있을때 일을 하게 된 정도..? 그리고 아무래도 이 약들이 여러가지인데 부작용이 다양하다보니 나에게 맞는 약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나는 아침에 메디키넷 20 한 알, 저녁에 항우울제 데팍신 75mg 먹는데 약간의 식욕부진 빼면 잠도 잘 오고 괜찮아서 계속 먹고 있어. 아, 야한거ㅋㅋㅋㅋㅋㅋ에 대한 욕망도 둔감해짐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생리때는 사실 약효가 많이 떨어지게 느껴져. 근데 이건 어쩔 수 없다더라. 약을 이기는 호르몬 뭘까...?
혹시 힘들어하는 닮들이 있다면 요즘 병원에 사람 엄청 많아. 꺼려하지 않아도 된다ㅠㅠ 그리고 다들 익히 아는것처럼 중증 우울증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ADHD와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도 있지만, (반대의 케이스도 많다고 들었어 ADHD라서 사회에서 배척되니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 내가 우울증인지 ADHD인지는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어서 인터넷 글보다는 병원 가서 간단하게라도 검사 받아보는 걸 권해.
이 글을 쓴 계기는 그냥 별 거 없고 점심시간에 월루하다가 내가 약 먹은지 1년됐네....? 라는 생각이 떠올라서임... 참으로 아무 생각이나 하지....? 근데 나는 ㅐ가 치료받게 된 이후로 내 삶이 좀 달라졌다고 생각해서 써봤어. 혹시 힘들어하고 있는 닮들이 있다면, 그리고 나처럼 치료 받고 있는 닮들이 있다면 우리 잘 하고 있으니까 더 잘 살아보자 화이팅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