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렸다가 다시 쓰는 생애 첫 HL안양 아이스하키 직관 후기
공놀이에 미친 됴디. 비시즌을 맞아 야구 대신 보러 갈 공놀이를 정하다가 티켓링크에 뜬 HL안양 경기를 발견하고 아이스하키 직관을 결심하게 되다. 심지어 홈구장이 안양? 서울러로서 쌉가능. 대략 한 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거리자나.

그리하여 찐으로 예매하게 된 HL안양 경기. 오후 두시 경기라 늦잠자면 좆된다는 생각으로 부랴부랴 아점도 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12시 23분에 출발해 2호선을 타서 사당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해 인덕원에서 지하철 하차했다. 사실 가려면 바로 가는 대중교통편은 없고, 그나마 최소로 갈아타는 게 버스였지만 문제는 버스의 지옥같은 배차간격이었다. 버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번거롭지만 지하철을 선택하여 다행히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인덕원에 내려 8번 출구로 나가면 버스정류장이 바로 위치해 있다. 여기서 안양 종합운동장까지 가는 버스는 여러 대 있어 잘 골라타면 된다.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고 버스가 와서 금방 타고 내렸다. 조금 걸으면 종합운동장이 바로 보인다. 아이스링크장은 가장 앞에 위치해 있어 찾기도 쉽다. (크블 정관장 홈구장이 아이스링크장 바로 옆에 있었다. 나중에 농구 직관할 일 생기면 또 와야겠다.)
종합운동장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티켓부스에서 얌전히 줄을 서 실물티켓을 받아왔다. 요즘 직관 티켓 모아 직관일기 쓰는 취미가 생겨 꼭 실물로 받아와야 된다. 그러나 오늘 슬픈 소식이 있었는데... 이는 이따 마저 얘기하겠다.
줄을 서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어린 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그 어린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관중들도 많았는데, 휴일마다 가족끼리 지역 연고 스포츠를 관람하러 오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 보여 부러웠다. 외국인 팬들도 꽤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스하키는 비인기종목이다 보니 오히려 외국 팬들이 아이스하키를 더 잘 알고 경기를 찾아 온 느낌이었다.
한편, 됴디로서 직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먹프라인데, 아이스하키 링크장은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뭘 깔아놓고 먹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다. 대신 링크장 건물 입구 앞에 푸드트럭 두 대가 와 있었는데, 하나는 닭강정, 다른 하나는 떡볶이와 순대 같은 분식이었다. 닭강정은 좀 비싸 보였다.
링크장 건물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광경을 사진으로 찍었다.

저 앞에서 어떤 가족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길래 황급히 위에만 찍고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면 굿즈도 팔고, 구석에는 응원 메시지 같은 것도 적는 공간이 있다. 주로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어린이 팬들이 그곳을 점령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부 공간이 막 넓은 편은 아니라 얼른 오른쪽에 있는 출입문을 열고 링크장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들어가자마자 느낀 점.
와~~~~~ 츕다~~~~~~~~!!!
가기 전에 다른 사람들 후기도 찾아보고 갔는데, 안에 링크장이라 쌀쌀하니까 꼭 두꺼운 외투를 챙겨 가라 그래서 뭐 얼마나 춥길래 했었다. 마침 날도 따뜻했고. 역시 경험자 말은 들어서 나쁠 것이 없었다. 딱 들어서자마자 공기가 싸~~~~하다. 허겁지겁 점퍼를 껴입었다.
위에 사진은 그나마 중간지점쯤 되는 곳이고, 내 자리는 오른쪽 끝 구석탱이에 자리해 있다.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서 바로 티켓팅하지 않으면 좋은 자리는 다 나간다.




이곳이 내 자리다. 보면 전광판이 반대쪽에 있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된다.

보시다시피 참 친절하게도 퍽에 맞아죽지 말라고 그물도 설치되어 있다.
아 그리고 국기 있는 쪽, 그러니까 전광판을 마주보고 있는 저 가로방향의 좌석들은 응원석이다. 응원단장과 치어누님들이 저기서 서서 응원을 한다. 박자 쪼개는 게 예술이었다. 장내 아나운서분이 따로 있어서 그분이 마이크를 쓰시고, 응원단장님은 쌩목으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경기 내내 응원을 주도하셨다. 막판 가서는 이분이 파도타기를 몇 번이나 시키셨는지 모르겠다. 우리 구역까지 오셔서 파도타기 하나 안하나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시길래 열심히 일어났다..
그리고 응원석에는 아까 말했던 어린이 팬들이 많이 앉아있다. 고사리 손으로 형형색색 꾸민 스케치북을 들고서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들이 참 열정적이었다. 가끔씩 단관하러 온 아마추어 아이스하키팀들도 보인다.

경기 시작 전 국민의례를 위해 양팀 선수들이 일렬로 서서 국기를 마주보고 있다. 오늘 안양팀과 맞붙는 팀은 같은 아시아 아이스하키리그에 속한 일본팀이었다. 원정팀의 일본 국가가 먼저 나오고 그다음 애국가가 나왔다. 알고 보니 현재 아시아 아이스하키에 소속된 프로 한국 구단은 HL안양 팀만이 남아 유일하다고 한다. 참고로 저 사진의 왼쪽 아래 구석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계시는 분은 심판분이시다.


이렇게 심판이 퍽을 떨어뜨리자마자 각자 팀으로 쳐내서 공격권을 가져오면 경기가 시작된다. 경기 도중에 찍은 사진들도 몇 개 풀어보겠다.





파란 유니폼이 우리나라 팀이고 빨간 유니폼이 상대 일본팀이다.
아이스하키는 20분-20분-20분씩 총 60분을 경기하고, 중간중간 얼음 정비와 휴식을 위해 15분씩 줘서 한 경기를 완전히 끝내려면 대략 90분이 걸린다. 경기 중간중간에 주기적으로 선수 교체를 해줘서 희두?씨가 경기 나온 것도 봤다. 아마 수비수였던 것 같다. 주로 우리팀 골문 근처에 계시더라고.
사실 NHL 중계 유경험자라 그때는 하얀 화면에 조그만 점같이 굴러다니는 작은 퍽을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아서 퍽을 눈으로 따라가기가 참 힘들어 적응하기까지 좀 오래 걸렸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내 시야가 경기를 못 따라가면 어떡하지 걱정했었는데, 실제 직관해서 보면 생각보다 눈에 잘 들어온다. 당연히 퍽이 이리저리 튀고 날아다니고 엄청 빨라서 놓치는 구간도 많은데, 직관해서 보면 훨씬 잘 보여서 흥미를 잃을 일이 별로 없다. 다만 내쪽 라인의 좌석들 바로 눈앞에 위치해있는 벽면 안쪽에서 벌어지는 몸싸움이나 퍽의 움직임은 보기 힘들다. 가려져서.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긴 하지만.
경기 템포는 야구와 달리 무지 빨랐다. 일단 스케이트라는 개사기템을 착용하고 달리는데다 퍽을 스틱으로 얼음 위에 탁 쳐내야 하기 때문에 퍽의 움직임 진행이 굉장히 빠르다. 정신없긴 하나, 그만큼 혼을 쏙 빼놔서 숨도 못 쉬고 보게 만든다.
그리고 의외로 매력있었다고 느꼈던 아이스하키의 특징. 거친 몸싸움(!)
잘 모르면 몸싸움 거친거 보기시렁ㅠㅠ 할 수 있는데 직접 가서 보니까 상대팀이 퍽을 잡지 못하도록 벽면으로 퍽 밀쳐서 가둬두는 것도 수비의 일종인 듯했다. 일본팀보다도 우리팀 선수들이 그걸 굉장히 많이 했고 또 잘했는데 두어명이서 한명을 둘러싸, 한명은 퍽에 접근 못하게 가두고 다른 한명은 퍽을 쏙 빼내서 공격권을 가져오는 협동 플레이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물론 다칠까봐 겁도 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이스하키만의 거친 몸싸움이 플레이에 가져다주는 재미가 생각보다 상당해서 놀랐다.
아, 그러고 보니 경기 중간에 15분의 쉬는 시간이 있다고 했었지. 가만 앉아있기에는 너무 추워서 지하에 있는 매점으로 가서 떡볶이와 어묵 꼬치 하나를 사묵었다. 어묵이 천원이고 떡볶이 한 컵(좀 긴 종이컵..)이 3500원이었나. 동네 컵볶이 500원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잔인한 물가 상승율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어묵과 어묵국물로 먼저 몸을 뜨시게 녹이고, 떡볶이를 해치웠다. 컵볶이치곤 생각보다 양이 좀 됐다. 그리고 후추를 하도 뿌려놔서 꽤 맵고 칼칼했다.
경기 결과는 6대 3. 우리가 6이었다. 아시아 아이스하키리그 팀 중 HL안양이 가장 잘한다는 소리는 듣긴 했는데 확실히 잘하긴 하더라. 중간중간 바빕(?)신이 내려서 먹힐 뻔한 골을 안 먹은 것도 컸다. 그래도 눈뽕이 충족될 정도로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 집중해서 보느라 골 장면을 폰으로 담고 싶어도 매번 놓쳤었는데, 다행히 한 번은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어쩐지 건질 사진이 별로 없다 했더니 죄다 영상으로 찍어뒀다. 위 움짤은 용량 때문인지 실제 속도감에 비해서 많이 느려졌다. 어쩔 수 없지. 기록에 의의를 두기로.

이건 경기 종료 직후 사진.

격하게 박수를 쳐 주시는 옆 관중분들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이 포착된 사진이다.


이기고 이렇게 인사도 하러 오셨다.
중간에 저 빨간색 분은 일본 선수분이신가? 근데 보니까 우리가 한국구단이기는 하지만 일본인 선수도 있더라. 그 선수가 오늘 6골 중 한 골에 해당하는 데뷔골을 넣었다. 축하드려여~~~

이건 수훈인터뷰하는 상황.
재밌게 보고 버스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데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아뿔싸... 내 직관티켓이 사라졌다ㅠㅠ 내 티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마 주머니 단추를 안 잠그고 그냥 펄럭펄럭 다녀서 티켓이 날아간 모양인가 보다. 나 직관일기 써야하는데... 티켓 자랑스럽게 붙여놔야하는데...ㅠㅠ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 동닷 후기로나마 남겨본다. 이마저도 모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다들 아이스하키 보러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