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책 40권 읽은 도미가 고른 올해 읽은 책 추천 (비소설 위주)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올해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좋았던 책! 이북으로 먼저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종이책으로 한 권 더 소장했어
치열한 사회인이던 주인공이 형의 갑작스러운 투병과 죽음 이후 회사를 나오고 미술관 경비원으로 일한 기간에 대해 적은 에세이야.
전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미술관 가는거 좋아하는 편인데 책이 미술관같이 느리고 고요하고 따뜻해.
자격증을 따고, 조금이라도 더 일하고, 경쟁적으로 앞으로 달려나가려 하기 보다는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않고 계속 같은 자리에서 부유하는 직업을 가지면서 느끼고 사색했을 많은 생각들이 글에 담겨있어.
누군가는 그 직업과 직무가 발전도 비전도 없다고 하겠지만 작가는 예술과 함께 내면의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해.
"10년 전, 배치된 구역에 처음 섰을 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다.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스파이와 배신자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너무 재밌어서 미친듯이 읽었던 책!
소설같지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고, 냉전 시대에 활동했던 이중스파이 이야기야.
주인공(올레크)은 아버지부터 KGB 요원인 집안에서 태어났고, 잘 교육받아 충실한 KGB 요원으로 되어 영국에 파견됐지만 자유주의와 예술을 알게 되고 결국 영국-소련의 이중스파이를 수행하게 돼. 결론적으로는 영국 편이었던 거지!
소설이래도 재밌었을텐데 이게 실화라니까 더 재밌고 끝까지 긴장의 연속이더라고
단점 아닌 단점은 수없이 나오는 이름들과 (러시아+영국 이름에 각자의 첩보원명에...) 책의 두께ㅋㅋㅋㅋ 지만 나는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인간으로서 꽃을 피웠다. 아름다움, 무척 활기찬 음악, 훌륭한 학교,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개방적인 태도와 유쾌함에 비하면, 소련이라는 광대하고 황량한 강제 수용소는 일종의 지옥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jpg)
작은 땅의 야수들
올해 읽은 소설 중 나한테는 1등이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탔을 즘에 겹경사라고 얘기가 나와서 읽어보게 됐는데, 책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너무 재밌어.
일제강점기 초부터 박정희 시대까지 일어나는 일들인데, 모든 일들이 도미노처럼 연쇄작용을 일으키면서 인물들 간에 연결고리가 만들어져.
프롤로그는 호랑이 사냥꾼의 등장으로 시작되는데,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눈 내리는걸 보면서 떠올렸고 프롤로그는 실제로 쓴 뒤에도 거의 수정되지 않았다고 해. 초반부 흡입력부터 엄청난데 나는 다 읽고 나니까 뭔가 좀... 마음이 이상하더라고.
등장인물들은 나이부터 외형, 성격, 직업, 가치관까지 수없이 변화하는데 이들의 인생을 대하드라마로 보는 것 같았어. 정말 여운이 오래 남을 소설이야.
+) 원문은 뭐라고 썼던걸까 싶을 정도로 번역도 너무 좋아
"옥희는 라일락 향기와 함께 이 모든 소리를 깊이 들이마셨다. 주변의 모든 곳에서 삶은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계속 나아가는 중이었고, 그들의 삶 역시 다른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세상 안에서 나아가고 있었다. 모든 존재가 공기처럼 가볍게 서로에게 가 닿으며 투명하게 반짝이는 지문을 남겼다."
.jpg)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작가는 책의 장르를 "목소리 소설"이라고 새로 정의했지만, 소설만큼이나 흡입력을 가진 에세이야.
세계 2차 대전 당시 전쟁에 참여했던 러시아 여성 군인이나 빨치산들의 회고를 모아놓은 책인데,
러시아는 수십 만 명의 여성들이 전장에 나섰고 그 중에는 빨래나 간호병 뿐만이 아니라 직접 전투에 나선 사람들도 많아.
그런데 전쟁 후에 모든 공은 남성들에게 돌아갔고 여성들은 달갑지 않은 시선들 때문에 군인이었다고 밝힐 수 없었다고 해.
그들의 기억은 잔인하고 끔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여성들의 참전이 있었을텐데 다들 잊혀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 이후로 2차 대전이랑 독일 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다른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히틀러와 관련된 독일사가 궁금하면 <제3제국사>, 1930~40년대의 일반적인 독일인들의 생각이 궁금하면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는 책도 추천할게! (근데 둘 다 두껍고 어려워서 한참 읽어야 하는게 단점..)
"사람은 자기 자신과 대면할 때, 그리고 과거에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 앞에 섰을 때 놀라고 당황한다. 과거는 사라졌다. 과거는 뜨거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눈을 멀게 하고는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사람은 남았다. 평범한 보통의 삶 한가운데 사람만 남은 것이다. 자신의 기억 외에는 주위의 모든 것이 평범하다."
.jpg)
평등하다는 착각
개인적으로 비문학, 특히 어떤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책에 대해서는 외국 저자의 책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야.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분석이나 비유, 사례를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건데
이건 오히려 미국도 똑같구나 싶고 할 수 있다면 형광펜 들고 모든 문장에다가 밑줄을 긋고 싶었어. 구구절절 맞말 투성이.
이 책에서는 핵심 단어로 "권위 격차"가 등장하는데, 권위 격차란 무엇인지, 왜 여성과 남성 사이에 권위 격차가 발생하는지, 이걸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적혀있어.
우리가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엄청난 인사이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렵지 않고, 공감가고, 내 생각을 잘 정리해준 책 같아서 혹시 페미니즘 관련해서 가볍게 읽고 싶다면 추천할게!
(축구 전문 여성 스포츠 기자 인터뷰 중) "'스포츠의 세계'에는 성별에 따라 지식 수준이 다르다는 가정이 깔려 있어요. 여성은 오프사이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만연해요. 지금껏 일했던 모든 직장에 '오프사이드가 뭔지 알아요? 그럼 이 컵으로 설명해 봐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꼭 있더라고요."
올해 읽은 책들 중 별점 다섯 개 매긴 책들인데 이거 외에도 <소년이 온다>가 있지만.. 다들 읽었을 것 같아서ㅎㅎ 빼고 다섯 권만 적었어.
다들 읽어봤을 유명한 책들이 많지만 혹시 안읽어봤다면 한 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