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번 날아가서 이미지 없이 줄글로만 쓰는 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후기 (◔ Θ ◔ )੭

"이제 우린 각자의 길 끝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했어
운명의 길을 따라 거대한 원으로 연결된
그 위에서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해"
/ M16. 고해 Rep. 中
지금까지 초연, 재연 두번 올라온 헤르만 헤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후기를 써보려고 해.
한번 날아가서 다시 어떻게 쓰지, 하고 막막하긴 한데. (진작 메모장에 먼저 쓸걸 ...( وo̴̶̷̥᷅Θo̴̶̷᷄)و)
암튼 최소한으로, 간단하게 써볼게.
22년 2월 8일 초연이 올라왔어.
이때 초연 첫공부터 재연 공연 중반까지 열심히 봤고,
캐릭터 해석이 나와 좀 달라지면서 재연은 중간에 탈주했어. ∧( •Θ• )∧ (최애 배우인데도 캐해가 안맞으면...ㅎ)
일단, 헤르만 헤세의 3부작이라고 한다면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데미안 - 싯다르타라고 할 수 있는데
헤르만 헤세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어디에서 삶의 이유를 찾는지를 우선은 "신"에게 묻는 작품이라고, 나는 생각해.
등장인물은 2명이고 2명의 배우가 출연을 해.
나르치스 - 요한이라는 세례명을 받은 수도원장. 신을 향한 굳은 믿음이 있고 정신과 이성을 따르려는 존재.
골드문트 - 사랑, 감정, 예술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방랑자이자 조각가.
보면 알겠지만 나르치스는 완전 대문자TTTTT 고, 골드문트는 대문자 FFFFF야.
그리고 헤르만 헤세 소설 특성상 이 둘 사이의 묘한 동경의 감정이...일부 관객들에게는 사랑(LOVE)으로 느껴지기도 했었지. (그게 좋아서 많이 본 사람들도 있음.)
하지만 극중에서 표현되는 모든 것들이 이 둘의 감정보다는 둘의 삶의 방향과 생각의 방향이
어떻게 교차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해. (무엇보다 골드문트가 너무 완벽한 백인 소년의 욕망을 뿜어내는 여자를 너무 사랑하는 1인임....ㅎ)
간략하게 극 흐름의 줄거리를 이야기 하자면,
어린시절 마리아브론이라는 수도원에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만나게 돼.
나르치스는 견습 수도사이지만 이미 완벽한 라틴어 문장 구사 등으로, 수도원생들의 선생님 역할도 할 정도로 뛰어난 수도사였고
골드문트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수도원에 맡겨진 아이였어.
이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을 만난 첫날에, 첫눈에 알게 돼.
하지만 이 둘은 너무 달랐어.
라틴어 오메가를 보면서 골드문트는 "저 글자는 물고기를 닮았어요 여기가 바다같아요~" 이러고 (..)
무튼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나는 나르치스 선생님처럼 될거야!" 하던 골드문트가 수도원을 떠나 방랑을 시작해.
그리고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지.
(이걸 소설에서는 거의 2/3를 할애해서 보여주는데,
뮤지컬이 정말 좋았던 이유는 단 넘버 2개로 표현해. 당신은 누구인가, 페스트.
밑에 첨부하는 이미지는 당신은 누구인가 넘버의 시연 장면이야. 이게 스페셜 커튼콜로도 있는데,
특정 배우만 찍은 포커싱 스콜이 너무 많아서 그냥 공평하게 재연 티켓 사이트에 올라온 이미지만 올림!)
(골드문트 - 안지환 / 나르치스 - 유승현)
둘은 모종의 이유로 다시 재회하고 되고, 함께 마리아브론 수도원으로 돌아가.
그 길에 나르치스는 골드문트에게 그가 겪었던 삶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지.
골드문트는 나르치스에게 자신이 만났던 여성들,
자신이 조각한 조각상(나르치스와 똑같은 얼굴을 한 성 요한 조각상),
그리고 결국 얼굴은 조각하지 못한 어머니의 조각상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
그가 수많은 여성을 만난 이유는 결국 영영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찾아지지 않은 "어머니"의 얼굴을 찾기 위해서였고,
골드문트는 자신이 죽음에 이르렀을때야 그 얼굴을 찾아내.
그리고 이걸 조각을 하지. (마리아상 조각)
(나르치스가 이 조각상을 보고 자신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연기도 엄청난 묘미 중에 하나야.
사실 성요한 조각상은 나르치스와 똑같은 얼굴이라고 연출에서도 나오는데,
이 마리아상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객석을 바라보고 천을 걷고 허공을 보면서 연기하거든.
과연 이 마리아상은 어떻게 생긴거였을까? 난 개인적으로 골드문트의 얼굴이라고 생각해..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갈망을 찾는것이
어머니의 모습을 찾는거라고 생각했거든.)
나르치스는 자신이 보지 못한 수많은 삶과 인간들의 고통을 골드문트를 통해 들으면서
자신이 믿는 신이 분명 뜻하는 바가 있어서 이런 고통이 있을것이라며 그 뜻을 찾기 위해 애를 써.
죽음 또한 신의 뜻이니 이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지.
그리고 그 뜻을 골드문트에게 전달하고자 해.
(둘이 신의 뜻, 에 대해 대립하는 넘버가 극 중후반 부에 나오는데
이때 골드문트 배우들이 나르치스 목에 걸린 묵주 목걸이의 십자가 부분을 건들면서
빈정거린다거나... 하늘을 가리키면서 기도하는 시늉을 하며 비아냥거리고
거기에 점점 감정이 치밀어오르는 나르치스들의 연기를 보는 것도 재밌어 ∑ദ്ദി・ Θ ・)∧)
암튼 극 후반에 이르면
어느새 나르치스는 초반 골드문트처럼 자신이 이곳에서 왜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의 형상은 무엇인지알기 위해 갈망하게 되고
골드문트는 오히려 나르치스처럼 모든 것을 초월한 느낌으로 평온하게 자신의 죽음을 맞이해.
처음 나르치스가 골드문트를 향해 "너는 너의 조각을 찾아야해." 라고 알려주고,
되려 마지막에는 골드문트가 나르치스에게 "당신의 어머니는 어디에 있죠?" 라며 질문을 던져.
나르치스->골드문트로 이어지는 순간이
골드문트 속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자신의 삶이 온전히 서 있지 않다는 걸 깨닫고
찾아가야하는 부분이었고
홀로 남은 나르치스 역시 골드문트의 질문을 들은 후, 인생사의 허무와 함께 세상에 홀로 남겨져있다는 걸 깨닫고
그런 그를 향해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극이 끝이 나.
M08. 깊은 바다에 잠긴 그대 (골드문트에게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M17. 눈이 내린다(나르치스에게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넘버까지 정말로 완벽하게 중앙 대칭을 이루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돼.
중간 중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서로가 떨어져 있어도 이어져 있다(..데미안?) 고 생각하면서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둘중 하나가 죽음에 이르는 순간 나머지 하나 역시 무너지게 되지.
이게 초연에서는 너무 적절하게 잘 표현이 되어서,
특히 감정을 가둬놓은 둑이 조각나는 순간까지가 극의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나르치스 배우들이 앉아서 자신의 눈에 흐르는 눈물의 존재를 깨닫고 놀란다거나 하는 식으로 마무리가 되어서
너무 완벽했는데
재연으로 오면서 ....... 배우들의 감정이 과해지는 경우가 있었어.
이성의 총체적 집약체인 나르치스가 엉엉 대성통곡을 한다거나 등의..
그래서 ..... 난 탈주했어. (원래 연뮤는 내가 보고 싶은 극을 봐야하는거쟈나요?)
하지만 삼연이 온다면 이조차 보완해서 오지 않을까 싶어.
아직도 잊지 못하는 날이,
초연 중이던 22년 2월 19일 낮공연을 본 날이야.
마지막 넘버가 "눈이 내린다." 고, 골드문트가 떠난 후
나르치스 홀로 앉아서
"모든 인간 모든 사물들이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비어버린 이 세상 / 메마른 대지위로
새하얀 눈이 내린다 / 생각에 잠기게 하고
나만 홀로 남겨둔 채 / 그 위로 눈이 내린다"
이러면서 노래를 하고, 물방울 소리를 들으며 소스라치게 놀란 다음 극이 끝났거든.
...이 날 배우 감정도 너무 좋았고 나도 펑펑 울면서 나왔는데
진짜 대학로에 눈이 내리고 있더라구.
진짜, 진심 이날은 잊을 수 없어.
(나르치스 연기했던 배우도 신나서 "그 위로 눈이 내린다.❄️" 이러면서 X 올림ㅋㅋㅋ)
암튼 원작 소설을 알고보면 와 이걸 이렇게 표현했다고??? 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고,
원작을 모르고 본다면 "오..? 오...오..??"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원작 모르고 본 내 친구 후기 : 골드문트는 그래도 깨닫고 간거 같은데 나르치스 어떡해 ㅠㅠㅠ)
아무래도 헤르만 헤세의 덕후들이 만든 작품이라
(데미안_오세혁, 다미로, 배우 유승현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_윤상원, 배우 유승현)
헤르만 헤세 원작을 읽고 보면 더 깊은 극의 이해를 할수 있어서
원작 팬들이라면 꼭 ! 봤으면 좋겠는 극이기도 해!
특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윤상원 연출 특유의 대칭적 조명 연출이나
그림자 활용도 좋아서 나르골드 팬이라면 꼭 보면 좋을 것 같은 작품이야.
그럼 이만..!!
...은 짧게 쓰겠다고 했는데 극의 함의가 많아서 또 구구절절 되어벌임
모 오땨용 내가 재밌다는데 ✧⁺⸜( •Θ• )⸝⁺✧
그럼 진짜로 이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