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만에 배운 이것, 타이거즈 전설을 소환하다… 로망 일으킨 짜릿한 폭풍 탈삼진쇼
그런데 상대적으로 변화구는 가짓수와 완성도 모두 부족했다. 조병현은 커브를 잘 던지는 선수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겼다. 그래서 송 코치는 포크볼을 배워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기본적으로 빠른 공을 가지고 있었기에 빠르게 떨어지는 변화구 하나가 있으면 패스트볼과 커브의 위력도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3 구종에 목이 말랐던 조병현도 흔쾌히 달라붙었다. 현역 시절 포크볼을 잘 던졌던 송 코치로부터 그립을 배웠다.
구종을 장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그립만 잡아 던진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팔과 손의 감각도 익혀야 하고, 제구까지 잡으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런데 다행히 포크볼은 조병현의 손에 맞는 구종이었다. 이리저리 던져본 결과 갓 그립을 잡은 것치고는 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보름쯤 지난 뒤, 조병현은 플로리다 캠프 첫 자체 연습 경기에서 포크볼로 삼진을 잡아냈다. 코칭스태프들은 한목소리로 "됐다"고 외쳤다.
한 시즌 정도는 시행착오가 있을 줄 알았지만 조병현의 포크볼은 금세 실전 전력화됐다. 그리고 그 포크볼이 만든 기록이 KBO리그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조병현은 6월 26일 인천 kt전부터 탈삼진 행진을 이어 갔다. kt전 마지막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고, 6월 29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1이닝 세 타자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조병현은 8회 라모스를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역시 결정구는 포크볼이었다. 이어 강승호도 삼진으로 잡아냈다. 포크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두산 타자들의 패스트볼 대처가 늦었고, 강승호의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한 조병현은 거침없는 패스트볼을 가운데 보고 꽂아 넣어 또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kt전부터 이날까지 10타자 연속 탈삼진. 이 부문 KBO리그 역대 타이기록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종전 기록은 이대진 현 코치가 1998년 5월 14일 인천 현대전에서 세운 것이었다. 당시 이대진은 선발 투수였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조병현의 기록이 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조병현의 경우 세 경기에 나눠 걸친 기록이다. 세 경기 모두 좋은 구위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크볼이 큰 공헌을 했다. 10타자 연속 탈삼진 중 4개가 포크볼로 잡아낸 삼진이었다. 모두 헛스윙이었다. 커브는 물론 2S 이후 꽤 높은 확률로 던지는 포크볼이 있다 보니 타자들이 하이존에 들어오는 패스트볼만 보고 있기는 어려워졌다. 포심을 노리고 있으면 포크볼이 들어오고, 포크볼을 보고 타이밍을 조금 늦추면 강력한 포심이 존 상단에 꽂혔다. 게다가 타점이 워낙 높은 선수라 포크볼의 낙차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커브만 가지고 있었다면, 어쩌면 불가능한 기록이었다.
대업을 세운 조병현은 올해 44경기에서 42⅔이닝을 던지며 3승3패10홀드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경기별로 기복이 있어 평균자책점 관리가 잘 안 된 측면이 있지만, 피안타율(.209)과 이닝당출루허용수(1.13)는 안정감이 있다. 42⅔이닝 동안 52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9이닝당 10.97개) 구위 자체는 이미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관건은 관리다. 지금까지는 구위를 꾸준하게 유지하며 왔지만 등판이 거듭되면서 체력 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다. 올해 불펜 투수 중 네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경기 수로는 리그에서 가장 많다. 제구보다는 구위가 더 강점인 선수인 만큼 체력이 떨어지면 경기력이 흔들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이기는 경기에서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올해 남은 이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해졌다. 지금 조병현의 모습이라면 그렇게 관리를 해줄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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