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원석이와 트레이드됐는지 보여줘야죠" 김민이 달라진 것, 유니폼 하나는 아닙니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좋은 구위를 가진 투수들이 너무 많은데요"
SSG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불펜 피칭을 하는 날이었다. 이전에도 투구를 한 적은 있지만, 어떻게 보면 2025년 시즌의 첫 출발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긴장도 했다. 다른 투수들의 불펜 피칭에 신경이 쓰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공을 던지면서 표정은 계속 밝아졌다. 확신을 가진 듯 조금씩 몸이 풀리고 힘이 들어갔다. 불펜 피칭을 마무리할 때쯤에는 육안으로 봐도 강한 공을 포수 미트로 꽂아 넣고 있었다. 김민(26·SSG)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렀고, 이숭용 SSG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점이었다. 이 감독은 "김민이 몸을 잘 만들어온 것 같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잘 이행했고, 지금 단계에서는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뉘앙스가 흘렀다. 피칭을 마친 김민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간단하고 명료하게 첫 불펜 피칭을 총평했다. 김민은 "굉장히 좋았다. 다른 시즌보다 오히려 몸 상태가 더 된 것 같다. 기분이 굉장히 좋다"고 밝게 웃어 보였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018년 kt의 1차 지명을 받은 김민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kt의 핵심 유망주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유망주 꼬리표가 꽤 오래 붙어 있었지만 지난해 맹활약으로 그 꼬리표와는 작별을 했다. 시즌 71경기에서 8승4패21홀드 평균자책점 4.31로 활약하며 위기에 몰렸던 kt 불펜을 구해내는 수훈을 거뒀다. 경력의 전기는 바로 찾아왔다. 시즌 뒤 오원석과 맞트레이드돼 SSG 유니폼을 입었다. 뭔가 숨이 가뿐 1년이었다. 트레이드 때는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 잊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하고, 앞만 보고 준비했다. 잡념을 버리고 야구에만 전념한 결과는 첫 불펜 피칭에서 그대로 증명되고 있었다.여전히 떼어 내야 할 물음표들이 많다. 지난해 많은 이닝을 던졌다. 혹사 논란이 있기도 했다. 몸 상태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물음표는 자신이 곧 지워버릴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스스로 느끼는 몸 상태가 너무 좋다.
김민은 "시즌 끝나고도 꾸준히 공을 던졌던 것 같다. 여기서 트레이닝파트 코치님들이 많은 것을 잡아주시기도 했다. 되도록 빨리 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이 있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팔이 넘어오는 느낌도 좋다. 김민은 오히려 "두 번 정도만 더 불펜 피칭을 하면 시즌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매우 만족하고 몸도 잘 쓰이는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두 번째 물음표는 SSG가 아끼던 선발 자원이었던 오원석과 트레이드가 된 가치를 해낼 수 있느냐다. 이것은 김민이 이제부터 증명해 나가야 할 명제다. 이숭용 SSG 감독은 마무리로 조병현, 그리고 6~8회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쓸 투수로 노경은을 낙점했다. 지난해 홀드왕이자 8회를 책임졌던 노경은이 앞으로 보낸다는 것은 김민을 믿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민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공 하나로 경기를 이길 수도 있고, 공 하나로 경기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지난해 너무 많이 느꼈다고 했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구단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각오다.
김민은 "원래 걱정도 많고 긴장도 많이 했었다. 지금은 더 책임감을 가지는 것 같다. 감독님도 기대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면서 "불펜 피칭을 하는 선배님들이나 (이)로운이가 던지는 것을 보니 다들 너무 몸을 잘 만들었고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도 경쟁이다. 내가 왜 원석이랑 트레이드가 됐는지 한 번 보여주고 싶었는데, 오늘은 힘이 많이 들어갔다. 좀 더 만들고 해보겠다"고 밝게 웃었다.
떼고 싶은 꼬리표는 또 있다. 김민은 어린 시절부터 건장한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고 구속이 시속 150㎞를 넘길 정도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것이 재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김민은 이제 그 시선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김민은 "'얘는 재능이다. 무조건 재능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잠시 숨을 고른 뒤 "유니폼도 새로 입은 것 아닌가. 재능의 김민이 아닌, 노력파 김민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바뀐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나 보직, 유니폼이 아닌 그 마음가짐이었다.
목표는 일찌감치 정했다. 꽤 크게 잡았다. 크게 잡고 그 목표를 향해 뛰기로 했다. 김민은 "일단 2점대 평균자책점을 해보고 싶다. (작년에) 공 하나에 3점대로 가고, 공 하나에 4점대로 갔다. 이제는 2점대를 해보고 싶다"면서 "작년과 같이 70경기에 나가고, 구단에서 잡아준 목표대로 30홀드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민은 "작년에 했던 것이 운이 아니라면 가능할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 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김민은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노력이 계속된다면, 트레이드의 부담감이나 비교는 곧 사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