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역사에 이런 팀 있었나… 2년 연속 MLB 출신 주장, 위대한 유산을 남긴다
추신수와 김광현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온 선수들인 만큼 선진적인 클럽하우스 문화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메이저리그가 그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잘 알고 있다. 추신수는 범접하기 어려운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였지만, 어린 선수들의 이야기도 귀를 기울이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따스함도 가지고 있었다. 김광현도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에서 뛸 당시에는 투수진에 아담 웨인라이트, 야수진에 야디어 몰리나라는 확실한 리더들이 있었다. 여기에 이들의 뒤를 받치는 베테랑 선수들이 상당히 많았다. 김광현은 "10년 차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렇다면 그런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알력 다툼이 있지는 않았을까. 김광현은 "그런 것은 없었다. 서로 자기 할 일을 알아서 한다"면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꾀를 부리는 선수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라고 회상한다.
그런 문화에서 팀 정신이 나온다는 것을 배운 김광현은 주장이 된 이후로도 솔선수범한다. 투수 출신 주장이라는 흔치 않은 타이틀을 가졌지만, 야수들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일찌감치 주장 인수인계를 마쳤다. 야수들의 캠프 훈련 일정이 아무래도 투수들보다는 빡빡하기에 투수들을 설득해 웨이트트레이닝 일정을 조금 더 빨리 마치도록 했다. "야수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도 승리할 수 없다"는 김광현의 말에 투수들 전원이 그 방침을 성실하게 따랐다. 김광현의 어투는 무겁지 않았지만, 김광현이라는 존재감과 어법의 설득력은 또 하나의 카리스마를 만들고 있었다.
김광현도 오랜 기간 현역 생활을 하며 여러 리더십, 그리고 클럽하우스 문화를 접했다. 김광현은 조금 더 즐겁고 재밌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선은 그어두고, 그 안에서는 후배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문화다. 메이저리그와 한국의 특성을 반반씩 섞어둔 것 같다. 김광현은 자신도 메이저리그에서 그런 문화 속에 야구장에 나가는 길이 즐거웠다고 말한다. 그런 문화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김광현은 "나는 그냥 좀 즐거웠으면 좋겠다. 야구장에 나올 때마다 항상 뭔가 재밌는 일이 있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 생각해 보면 약간 도살장 끌려가듯이 운동하러 나갔다가 스케줄의 틀 안에 갇혀서 스케줄대로 했던 것 같다. 팀에 틀은 있지만 그 안에서 진짜 행복하고 활기차게 야구를 하는 그런 팀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어린 선수들이나 나이 먹은 선수들이나 똑같은 동등한 입장에서 표현할 것은 표현했으면 한다"며 후배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그런 문화를 같이 만들어나가길 바랐다. 추신수는 떠났고, 김광현과 최정도 언젠가는 떠난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유산이 이어진다면, 청라 시대에도 이들의 정신은 살아 숨 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