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를 탓하랴' 뼈아픈 패전, 깨진 0점대…그럼에도 이로운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이번 부진이 아쉬움을 남긴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로운은 이날 경기 전까지 손동현(KT 위즈)과 함께 올 시즌 10이닝 이상 던진 구원 투수 중 유이하게 0점대 평균자책점(0.80)을 지키고 있었다. 손동현이 현재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라 1군에 등록된 선수 중에는 이로운이 유일했다. 그런데 이날 흔들리며 평균자책점이 1.59로 급등했다.
여러모로 뼈아픈 결과다. 그럼에도 이로운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지금까지의 활약과 팀 공헌도만으로도 이미 모두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사람이 달라졌다. 제구가 안정화된 것이 컸다. 지난 2시즌 간 9이닝당 볼넷 허용이 5.7개에 달했으나 올 시즌은 3.71개로 크게 줄었다. 반대로 전체 타석 대비 삼진 비율은 21%로 데뷔 이래 최고다.
주무기로 쓰이던 체인지업은 물론이고 슬라이더와 커브의 완성도가 좋아졌다. 덕분에 유리한 카운트에서 상대 타자를 잡아내는 결정구가 늘었다. 자연스레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팀 공헌도가 컸다. 올 시즌 SSG는 선발 투수 소화 이닝이 고작 327이닝에 불과해 리그에서 2번째로 적다. 선발진의 성적 자체는 좋으나 부상으로 여러 명이 돌아가며 자리를 비운 탓이다. 자연스레 불펜 소화 이닝이 늘었다. 254⅔이닝으로 리그 2위다.
SSG가 지난해처럼 노경은-조병현에 극도로 의존하는 불펜진이었다면 일찌감치 무너졌을 것이다. 더구나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민이 기대하던 모습을 잘 보여 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로운이 혜성같이 필승조로 안착하며 모든 고민을 지워냈다.
그만큼 짐도 많이 짊어졌다. 이로운은 11일까지 35경기 34이닝을 소화했다. 구원 등판 횟수는 리그 공동 7위, 소화 이닝은 5위다. 연투 횟수도 11번으로 리그에서 5번째로 많다. 워낙 여러 상황에서 나서다 보니 물려 받은 승계 주자도 22명으로 리그에서 8번째로 많다.
이로운은 이 모든 부담을 이겨내고 얼마 전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을 지켰다. 이제 3년 차에 접어든 선수임을 생각하면 기대치를 한참 뛰어넘었다. 하루 정도 패배의 원인이 됐다고 해서 마냥 그를 탓할 수 없는 이유다.

